티스토리챌린지 22

컴퓨터 공학에 대하여

컴퓨터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은 유치원 때다. 무슨 사립초등학교 부설 유치원이었는데 초등학교로 이동해서 한컴타자를 처음 배우는 시간이었다. 나는 검은 화면에서부터 파란 화면을 지나 떠오른 한컴 타자가 낯설었는데, 내 옆에 앉은 애나 어느 다른 곳에 앉은 애는 너무나 능숙하게 타닥타타닥 타자를 쳐대서 나는 뭐랄까, 무능감에 울어버렸던 거 같다. 또 얼마 지나지 않은, 유치원에서 초등학생 저학년 사이의 시절에, 친구 따라 가입한 무슨 아이돌 커뮤니티 계정이 해킹되어... 내 계정으로 누군가 그 아이돌 욕을 잔뜩 써놨고 나는 영문도 모르고 울기만 하고 수습은 아빠가 다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난 사실 컴퓨터가 무서웠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아이들은 생각보다 회복력이 좋은건지, 그 시절이 워낙 기술을 받아들이지..

가죽 공방의 기록 - 회상2

일을 그만두기 전까진 별다른 일 없으면 주마다 1회는 꼬박꼬박 공방을 갔다. 첫 작품인 카드지갑 다음으로는 처음에 공방을 찾아갔을 때부터 만들 생각이었던 여권 지갑을 시작했다. 여권지갑으로 쓰인 가죽은 베지터블 가죽(사실 아직도 정확한 명칭이나 종류 같은 건 잘 모른다)로, 가죽 제품 하면 생각나는 연한 갈색을 택했다. 도안을 뜨고 난 후 가죽을 자르고 꿰맬 준비를 하면 되는줄 알았는데 지퍼가 들어가는 여권지갑이라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타퍼가 달려있지 않은 지퍼를 마주하게 되었고, 내가 직접 지퍼를 만들어야 했다. (심지어 옷을 만들어 재봉할 때도 이미 만들어진 지퍼를 가져다 달았던 거 같은데!) 그렇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지퍼를 만들었다. 지퍼를 만드는 과정은 낯설었지만 재밌었다. 니퍼로 지퍼길의 이빨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