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그만두기 전까진 별다른 일 없으면 주마다 1회는 꼬박꼬박 공방을 갔다.
첫 작품인 카드지갑 다음으로는 처음에 공방을 찾아갔을 때부터 만들 생각이었던 여권 지갑을 시작했다.
여권지갑으로 쓰인 가죽은 베지터블 가죽(사실 아직도 정확한 명칭이나 종류 같은 건 잘 모른다)로, 가죽 제품 하면 생각나는 연한 갈색을 택했다.
도안을 뜨고 난 후 가죽을 자르고 꿰맬 준비를 하면 되는줄 알았는데 지퍼가 들어가는 여권지갑이라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타퍼가 달려있지 않은 지퍼를 마주하게 되었고, 내가 직접 지퍼를 만들어야 했다.(심지어 옷을 만들어 재봉할 때도 이미 만들어진 지퍼를 가져다 달았던 거 같은데!)
그렇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지퍼를 만들었다.
지퍼를 만드는 과정은 낯설었지만 재밌었다. 니퍼로 지퍼길의 이빨을 똑똑 끊어내는 과정이 서툴지만 잘 끊어냈을 때 묘한 해방감을 주는 게 좋았다. 지퍼를 만드는게 목적이 아니라면 아까운 지퍼 이빨들을 뽁뽁이 터트리듯 하루종일 끊어내도 힐링될 거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만들어낸 지퍼를 달았다. 지갑이 될 부분에 달아 동전이나 카드 등을 간단히 넣을 수 있는 여권 지갑 부분의 준비가 끝난 것이었다.
이제 남은건 잘랐던 부분 부분들을 모두 합치는것.
이때까지만 해도 사실 카드 지갑 부분이 너무 길게 된 줄 몰라 바로 진행할 뻔 했는데 선생님께서 이 부분이 너무 길면 카드가 빠질 수 있다 해주셔서 아깝지만 눈물을 머금고 다시 잘라 완성품에 쓰일 부분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위의 상태로 조립만 하면 되게 숙제를 만들어서 집에 가져갔던 것 같다.
그렇게 곧 나의 여권 지갑이 탄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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