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의 기록/가죽 공예

가죽 공방의 기록 - 휴식 & 회상 1

파티피플지선 2024. 10. 31. 13:47

2024년 10월 30일 수요일.
나는 그동안 다니던 가죽 공방을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이전 직장에서 계약이 만료되고 잠시 쉬다가 취업 준비를 하는데 예상 외로 난항을 겪으니 불안감이 커지면서 가죽과 재단과 바늘길과 바늘구멍, 바느질에 온전히 집중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너무 즐겁던 활동에 집중을 하는 것도 어려웠고, 제대로 해내지도 못하고 실수가 잦아지니 마음이 붕 뜨는 기분이었다.

이대로는 나에게도 가죽에게도(!), 공방 선생님께도 무언가 제대로 된 상황이 아닌것 같아서 나는 선생님께 모든 것을 말씀드리고 휴식을 택했다.

선생님께서는 언제든 들르라는 초대와 함께 불안한 나를 도닥이는 진심어린 응원을 해주셨다.

블로그 작심삼일 시작한 김에 뭐라도 써봐야지 싶어서 쓰기 시작하게 됐는데, 추억에 젖어드는 기분이 마치 봄비에 즐거워하는 나무가 된 것 같아서 그 아늑한 기억을 되짚어본다.


*


2024년 3월 26일 화요일.
나는 퇴근길에 걸어가면 있는 가죽 공방의 안내문을 바라보다가 그대로 휴대전화에 사진으로 담아 집으로 향했다.

수강료가 내 수입에 비해선 부담스러운 편이었지만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가죽 공예는 꽤 매력적인 취미 활동이었고 만에 하나 흥미를 못 붙여 그만두는 상황이 생길까봐 한달만 다닐 생각으로 공방 선생님께 연락을 취했다.

- 제가 오늘은 퇴근하면서 벌써 집으로 향하는 길이어서 다음 주 화요일부터 수업을 들을 수 있을까요.

- 그럼 4월 2일 오후 5시에 뵙겠습니다.

몇 개 안 되는 문자가 오고 갔을 뿐인데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거라는 기대감 때문인지 다소 설레는 기분으로 집을 향했던 것 같다.

그 뒤의 1주일이 어찌 지나갔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무래도 바빴던 것 같다.

유독 올해의 3월은 정신이 없었고 느리게 지나갔다.

보통 이쯤이면 다음 달이어야 하는데. 3월이 벌써 끝나고 4월이었어야 하는데. 시간이 정말 느리게 흐르는 기분이었다. 지루하거나 할 게 없을 때에만 시간이 느리게 갔던거 같은데. 지금보다 일이 더 많았을 때도 다 해냈었는데.

아. 일이 많지 않아도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시간이 정말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낄 수 있구나.

그런 생각을 처음 한 것 같다.

지쳐있던 몸과 마음을 인지하지도 못한채로 그렇게 지나가다가 공방을 발견했다. 맨날 지나가던 길이었는데 처음보는 간판이었다.(물론 내가 그동안 제대로 못 보고 지나치던 거였다)

해보자. 이제 업무는 다 파악했고, 한달만 해보고 힘들면 안 하면 되지. 이런식으로 저질러놓고 안 하는거 한두번도 아니고. 와이 낫.

그래서 처음 공방에 간 날, 나는 선생님께서 권해주신 예쁘고 고급스러운 붉은 가죽을 나름 최선을 다해 어찌어찌 잘라 바느질 구멍 내는 것과 바느질 방법을 배우고, 1장짜리 카드지갑을 만들어 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꽝스러운 실력인데 처음이라는 단어는 도대체 왜 그렇게 울림이 큰지. 아직도 제일 많이 활용하는 나의 작은 카드지갑은 그렇게 내게 작은 성취감으로 태어났다.


그리고 그것이 나를 평온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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